데스크톱PC 케이스를 구성하는 패널 중 일부를 강화유리나 아크릴 소재로 처리해 내부가 훤히 보이는 일명 '어항 케이스' 바람이 거세다.
프로세서 냉각장치나 메모리, 냉각팬에 달린 RGB LED 상태를 직접 볼 수 있고 케이스 안에 작은 피규어를 넣어 장식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어항 케이스'는 2010년대 말부터 국내외 주요 PC 케이스 시장에 등장했고 지난 해 여름을 기점으로 급속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 완제PC 제조사도 이런 추세에 따라 디자인 강화 차원에서 '속보이는 PC' 출시를 검토중이다.
■ 2010년대 후반부터 강화유리 적용 PC 케이스 등장
'어항 케이스'를 시장에 처음 출시한 회사가 어느 곳인지 따지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국내 PC 업계 관계자들은 "2010년대 후반부터 강화 유리를 적용한 PC 케이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어항 케이스를 활용하려면 프로세서 냉각장치나 메모리 모듈, 냉각팬에 RGB LED 탑재가 필요하다. 또 이를 통합 제어할 수 있는 메인보드 제조사 동기화 소프트웨어, 케이블 정리 도구도 관심을 모은다. 이들 제품의 수요도 최근 급격히 커졌다.
커넥트웨이브 가격비교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국내 PC 시장에서 '어항 케이스' 월별 판매량은 10만원 미만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한 지난 해 여름부터 급격히 늘어났다. 완제 PC 제조사도 이런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 주연테크, 강화유리 적용 게임PC '마린' 출시
국내 중견 PC 제조사인 주연테크는 최근 전면과 왼쪽 패널에 강화유리를 적용한 게임용 데스크톱PC '마린'(MARINE)을 출시했다. 21일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 완제PC의 투박한 디자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어항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마린은 AMD 라이젠 5 8400F, 인텔 12세대 코어 i5-12400F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60 Ti 등 보급형 게임PC 구성에 선호도가 높은 부품을 적용했다. LED를 적용한 고성능 프로세서 냉각장치, 윗면 2개(흡기용)·후면 1개(배기용) 냉각팬으로 장시간 구동시 발열을 억제했다.
어항 케이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자파 현상'이다. 강화유리가 내·외부 온도 변화에 따라 갑자기 깨지는 현상이 종종 벌어질 수 있다. 소재를 아크릴로 바꾸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만 투명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흠이다.
주연테크 관계자는 "출시 전 여러 상황을 고려해 충분한 자체 테스트를 거쳤고 문제가 생길 경우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어항 케이스', 메인보드 케이블 배치도 바꿔...올해 지속 성장 전망
주연테크 관계자는 "최초 제품 출시 이후 상품평이나 판매량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화이트 색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이달 말 경 화이트 색상 추가 출시를 예상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소비자의 '어항 케이스' 선호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맞춰 프리미엄·고성능 제품으로 확대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어항 케이스'는 20여 년 이상 업계 표준처럼 쓰였던 데스크톱PC 메인보드 케이블 배치도 바꿨다. 에이수스, MSI 등 주요 제조사는 작년부터 LED 조명을 가리는 각종 케이블을 메인보드 뒤로 숨기는 'BTF' 디자인을 시도중이며 이에 맞는 케이스도 등장하고 있다.